끄적이다 책 한권 쓰는 게 목표

독서를 하는 이유

Dianachoi 2022. 6. 24. 16:10

휴일 낮, 독서를 하다가 문득 내가 글을 읽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처음 독서를 시작한 이유는 지식을 쌓고 싶은 욕망을 채우기 위함이었다. 나는 사실 학력에 대한 컴플렉스가 있다. 이 컴플렉스가 시작된 건 남편을 만나 결혼 준비를 하던 시점이었다. 그전까진 단 한번도 이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으며 ‘내가 과거에 의지가 부족했나’, ‘나는 강렬하게 이루고 싶은 것이 없었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나는 지방에 있는 4년제 사립대에서 공학을 전공했다.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학창시절을 모두 그 지역에서 보냈고 성적순으로 진학한 고등학교에서도 400여명 중 나름 선두에 있었다. 그렇게 대학에 진학했고 당시만 해도 취업난이 한창이었기에 나는 취업이 잘되는 이공계를 선택했다. 당시 경제적 상황이 어려웠던 집안 사정도 무시할 수 없었고, 나 또한 더 멀리 나갈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그렇게 난 4년제 졸업장과 취업을 목표로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다. 대학생이 된 나는 생각보다 학점 관리하는 것이 수월했다. 대부분의 학생이 나보다 성적 관리를 잘 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심지어 이공계임에도 불구하고 문과생들이 많이 진학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수포자들이 공업수학이나 기계공학적 사고와 함께 수학적 문제 풀이가 필요한 대부분의 전공과목을 이해한다는 것은 여간한 노력으론 힘들었을 것이다. 게다가 이제 막 유흥의 자유를 얻은 대학생이니 말이다. 그렇게 나는 쉽게 쉽게 내가 얻고 싶은 것들을 얻었고 틈틈이 어학 공부도 하여 토익 850점이라는 점수를 얻고 취업을 하게 되었다. 물론 취업에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목표가 높지 않았던 것도 한 몫하였다. 물론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당시 학과 동기들 중엔 적어도 나처럼 도서관에 가서 자기소개서, 이력서 작성과 관련된 서적을 한 권이라도 읽은 사람은 없을테니 말이다. 그게 우물 안 개구리의 시작이었다. 모든 게 잘 되어갔고 내 의지대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세상을 잘 살아갈 자신도 있었고 늘 내가 노력한 것에 비해 좋은 것을 얻었다는 경험이 나를 더 악착같이 노력하지 않게 만들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참 환경에 약한 사람이다. 이걸 알았다면 ‘나를 더 가혹한 환경에 던져 놓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아무튼 그렇게 사회생활이 시작되고 순탄하다고만은 말할 수 없지만 내가 원하는 일을 내가 찾아서 할 의지와 용기 그리고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직장생활의 어려움으로 꽤 많은 고초를 겪기도 했지만 오늘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나는 언제나 내가 가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었고 누구와는 비교하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취업을 한 덕분에 나는 10여년 간 직장생활이라는 것을 해보고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물론 지금도 사회생활은 하고 있다.

내가 남편을 만난 후 학력에 대한 컴플렉스가 생긴 이유는 이제서야 현실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꽤나 우물 안 개구리였고 내가 받은 최고급 혜택도 결국 우물 안에서만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남편보다 더 잘난 사람이 많지만 남편은 소위 말하는 엘리트에 속한다. 서울에서 자라 사대문 안에 있는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엔 어학 공부를 위해 필리핀에 갔다가 더 큰 곳에서 어학공부를 하고 싶어 바로 미국으로 가 1년 동안 어학 연수를 마쳤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한 뒤 바로 우리나라 최고 기업인 S그룹에 합격한다. 그후 단 한번의 이직없이 성실하게 일하는 건실한 10년차 직장인이다. 물론 남편의 노력과 가지고 있는 천성도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기에 내가 살아온 모든 것과 하나 씩 비교를 해가며 내가 혜택을 받지 못해 컴플렉스를 갖게 된 것은 아니다. 나 또한 끈기가 부족했다는 점을 알고 있고 현재도 그렇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렇게 괜찮은 남편을 만난 건 나의 복이라고 생각하지만 결혼 준비를 하면서 가장 크게 비교되었던 건 바로 돈이었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며 알뜰살뜰 열심히 돈을 모았던 나였지만 3천만원도 되지 않은데 비해 남편은 이미 억 단위의 결혼자금이 준비되어 있었다. 남편은 빚이 없으니 괜찮다고 했지만 이미 나는 남편과 시댁에 마음의 기가 많이 눌린 상태였다. 심지어 ‘내가 펑펑 써보기라도 했으면 덜 속상했을텐데’라고 생각하며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밤마다 눈물을 훔쳤다. 최선을 다해 살아온 내 삶이 돈 때문에 노력하지 않은 삶이 된 것 같은 기분까지 들었다. 경제적 상황이 달랐기 때문에 주거문제는 남편이 모두 해결했고 내게 바라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늘 남편이 마련한 집에 얹혀사는 느낌이었고 그래서 내가 원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잘 표현하지 못했다. 그저 내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남편을 위해 묵묵히 집안 일을 할 뿐이었다. 나의 결혼생활은 원래 내 성격대로 ‘그러려니’라고 생각하며 남편이 원하는 방향대로 이끌려 갔지만 그런 시간이 길어지면서 ‘역시 세상은 다 돈이야, 근데 돈을 잘 벌려면 학벌이 좋아야 되는데 나는 이미 남편이랑 이만큼 차이가 나는데.’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렇게 점점 남편 앞에서 마음이 작아졌고 자존감이 떨어져갔다. 순전히 나 혼자 생각에 잠겨 나를 갉아먹고 있었던거다. 사실 이 마음은 여전히도 품고 있고 남들이 들으면 ‘잘난 남편 만나 편하게 살고 있는데 그런 생각을 왜해?’라고 말하겠지만 나는 가끔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실제로 정말 친한 친구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자, “그래도 넌 남편이 직장도 안정적이고 돈 잘 버니까 집 걱정 안해도 되잖아. 그게 다 네가 뻔뻔하지 못해서 그래.”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한 가지가 부정적이기 시작하니 그 어떤 것도 좋지 않았고 다 내가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학원에 가볼까, 사업을 해서 돈이라도 남편보다 많이 벌어 떵떵거려볼까 등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과 마음이 길어질수록 나만 괴로워진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기에 어딘가에 집중하고 싶었다. 어딘가에 푹 빠져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내 자존감을 갉아먹는 시간을 없애고 싶었다. 친구를 만나 맛있는 음식도 먹어보고, 집안 일에 열중하기도 해보고, 노래방에 가서 에너지를 쏟아보기도 하고 쉬는 날마다 까페에 가서 여유를 즐겨보기도 했다. 그러나 정말 그때뿐이었다. 현실로 돌아오면 언제나 같은 생각을 맴돌며 내가 더 잘나지 못하게 만들었던 환경을 탓하며 더 깊은 지하로 내려갔다. 하지만 이런 내 마음을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고 말해봐야 돌아오는 건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있냐는 답 뿐이었다. 내겐 큰 위안이 되지 않았고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건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아 해결될 일이 아닌 내 마음의 문제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나 스스로 내 마음을 위로해보기로 다짐했다. 책을 통해서 말이다. 책은 내가 현실에서 만날 수 없는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시대를 불문하고 만날 수 있다.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만나지 못할지언정 나보다 더 힘들었던 사람은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 글에 집중하게 되고 그 시간만큼은 다른 생각을 깊게 하지 못하게 된다. 또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독서가 좋다는 건 이미 많은 분야의 성공한 사람들이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다. 내가 처음에 독서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단순히 지식을 쌓고 있은 마음이었지만 지금은 삶의 지혜를 찾아 내 삶에 실행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크다. 아직까진 물리적으로 무언가를 만든 것은 없지만 이렇게 내 생각을 글로 적고 있는 이 순간도 단연코 독서의 힘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글을 읽는 것 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것도 나에겐 큰 힐링 포인트가 되었다. 읽을 때보다 쓸 때 잡다한 다른 생각을 더 못하게 되고 내가 쓰고 싶은 내용에 집중하게 된다.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복잡했던 마음도 더 이상 요동치지 않는다. 더 이상 누구를 원망하거나 내 과거를 후회하지 않게 된다. 내게 이 시간은 앞으로도 꾸준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마음 속엔 여전히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암덩어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좋은 점은 독서와 글을 쓰는 과정을 거치면서 문해력, 독해력, 국어력 모두 향상되고 있다. 나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그것을 통해 내가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며 즐거움을 느끼는데 독서야말로 내겐 일석다조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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